2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가 지나면 방학 때 풀어졌던 생활이 제자리를 찾는 아이도 있고, 아침마다 실랑이가 이어지는 집도 있어요. 이럴 때 공부 시간부터 빽빽하게 채운 루틴표를 만들기 쉬운데, 먼저 정해 둘 것은 공부가 아니라 일어나는 시각과 자는 시각이에요.
미국수면의학회는 6~12세 아이에게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9~12시간의 수면을 권고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 기준을 소개해요. 이 글에서는 이 수면 시간을 뼈대로 삼아 하루 루틴표를 만드는 순서를 정리해 볼게요. 글에 나오는 시각과 분 단위 숫자는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 설명을 위한 예시라서, 아이의 학년과 학원·돌봄 일정에 맞게 바꿔 쓰시면 돼요.
기상·취침 시각부터 고정해요
루틴표의 첫 칸은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가’예요. CDC는 평일과 주말 모두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는 일정을 지키라고 안내해요.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밤 9시 30분 전후에 잠들어야 9시간 30분을 확보할 수 있어요. 이렇게 거꾸로 계산하면 저녁 시간이 몇 시까지 쓸 수 있는 시간인지가 먼저 보여요.
취침 시각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아이와 같이 계산해 보는 편이 오래가요. CDC 자료에는 부모가 취침 시간을 정해 둔 청소년이 충분히 잔다는 연구가 인용돼 있는데, 초등학생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시각을 정해 두는 일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방향은 같아요. 처음 한 주는 정한 시각을 15분 정도 어겨도 혼내지 말고, 침대에 눕는 시각만 기록해 보세요.

주말에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아이도 많아요.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주말 기상 시각도 평소와 한 시간 안팎으로 맞추라고 안내해요. 오래 자고 나면 수면 리듬이 밀려서 월요일 아침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평일보다 조금 여유 있게 일어나는 정도로 정해 두면 아이도 받아들이기 쉬워요.
잠들기 전 준비 시간도 루틴표에 넣어 주세요. AAP는 학령기 아이의 취침 루틴을 30분 이내로 관리하라고 해요. 씻기, 책가방 확인, 책 한 권 읽기처럼 순서가 정해져 있으면 “하나만 더요” 하는 시간끌기가 줄어요. 고를 수 있는 범위는 정해 두고, 예를 들어 읽을 책은 아이가 고르되 한 권으로 정하는 식이에요.
하교 후 시간은 쉬는 시간, 숙제, 정리로 나눠요
취침 시각이 정해졌다면 하교 후부터 그 시각까지의 시간을 덩어리로 나눠 볼 차례예요. 어른도 퇴근하자마자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듯이 아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처음 30분은 간식과 쉬는 시간, 그다음에 숙제와 복습, 마지막에 가방 정리와 내일 준비물 확인으로 나눠 보는 구성을 예시로 들 수 있어요. 숙제를 먼저 하고 쉬는 편이 맞는 아이도 있어서, 두 방식을 한 주씩 번갈아 해 보고 아이에게 맞는 쪽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숙제 시간은 길게 잡는 것보다 끝나는 시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저학년이라면 20~30분 단위로 집중하고 쉬는 구성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이 숫자는 아이마다 달라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도 끝나지 않았다면 어디서 막혔는지를 적어 두고, 다음 날 선생님께 물어볼 질문으로 남겨 두면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지 않아도 돼요.
저녁 식사 뒤에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넣어 보세요. 학교에서 받은 안내문이나 준비물 이야기가 이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준비물 안내문이 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학기 중에 준비물 안내문이 왔다면 확인할 7가지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안내문을 저녁 루틴의 ‘내일 준비’ 칸에 연결해 두면 아침에 허둥대는 일이 줄어요.

아침 시간도 같이 그려 두면 좋아요. 일어나서 등교 전까지 해야 할 일을 세 가지 안팎으로 줄이면 아이가 스스로 외우기 쉬워요. 세수, 아침 식사, 가방 확인처럼 매일 같은 일을 같은 순서로 하게 해 주세요. 순서를 정해 두면 부모가 “빨리 해”라고 말하는 횟수가 줄고 아이도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떠올리게 돼요.
화면 보는 시간은 미리 규칙으로 정해요
많은 아이가 학교가 끝난 뒤 영상이나 게임으로 쉬고 싶어 해요. AAP는 그 휴식이 숙제나 식사, 수면 같은 다른 활동을 밀어내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라고 안내해요. 그래서 루틴표에는 화면을 보는 시간이 ‘남는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칸으로 들어가 있어야 해요. 같은 칸에 읽기, 그림 그리기, 밖에서 놀기 같은 대체 활동도 함께 적어 두면 아이가 선택지를 고르기 편해요.
AAP의 가족 미디어 계획 안내에는 숙제 시간, 식사 시간, 잠들기 전을 화면 없는 시간으로 정하고, 자동재생과 알림을 끄는 예시 규칙이 나와요. 침실에는 화면을 두지 않는 편이 좋다고도 해요. CDC도 저녁 시간의 빛과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고, 사용 시간과 장소를 부모가 정해 두라고 안내해요. 규칙은 가족 모두가 같이 만들고 부모 자신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바탕이에요.
잠들기 전에 화면을 끄는 시간은 기관마다 안내가 조금 달라요. CDC의 수면 안내는 취침 최소 30분 전, AAP의 수면 안내는 최소 60분 전을 말해요. 처음부터 한 시간으로 잡으면 아이가 반발하기 쉬우니, 30분부터 시작해서 몇 주에 걸쳐 늘려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어느 쪽이든 취침 직전까지 화면을 보다가 바로 눕는 흐름은 피하는 게 좋아요. 스마트폰을 오래 쓰는 일이 걱정된다면 스마트쉼센터가 초등학생용 과의존 예방교육 영상과 활동지를 공개하고 있으니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어요.

루틴표는 작게 시작해서 2주 뒤에 고쳐요
루틴표를 만들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칸을 너무 많이 채우는 거예요. 처음에는 기상, 숙제, 화면 시간, 가방 정리, 취침까지 다섯 칸 정도면 충분해요. ✏️ 표는 아이와 함께 만들고 아이가 직접 색을 칠하거나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하면 자기 표라는 느낌이 생겨요. 부모가 만든 표를 일방적으로 붙여 두면 검사받는 느낌이 들어서 금방 시들해지기 쉬워요.
표를 쓰는 중에 지켜진 칸을 먼저 말해 주세요. 못 지킨 날에 “또 안 했네” 하고 말하면 아이는 표를 숨기고 싶어 해요. 지켜진 칸을 확인하고, 안 된 칸은 왜 어려웠는지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어려운 시간대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그 칸의 시간이나 내용을 바꾸는 게 맞아요. 루틴표는 아이를 평가하는 표가 아니라 우리 집 하루를 조정하는 표예요.
AAP는 가족 미디어 계획을 새 학년이 시작할 때나 방학 때 다시 살펴보고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고치라고 안내해요. 학습 루틴도 마찬가지예요. 2주 정도 써 보고 시각이 맞지 않으면 15분 단위로 조정하세요. 시험 기간이나 학교 행사가 있는 주에는 임시 표를 따로 만들어 쓰고, 끝나면 원래 표로 돌아오는 방식도 괜찮아요.
몸이 아프거나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은 표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루 어긋났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하지 말고, 다음 날 기상 시각부터 다시 맞추면 돼요. 수면이나 학습 문제가 몇 주 이어져 아이가 힘들어 보이면 담임 선생님이나 소아청소년과에 상담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생활 안내이고 개별 아이의 진단이나 처방은 아니에요.
이번 주에 해 볼 일: 기상 시각과 취침 시각을 아이와 같이 정하고, 화면을 끄는 시각을 취침 30분 전으로 적어 보세요. 나머지 칸은 다섯 개 안팎으로 시작해서 2주 뒤에 고쳐요.
참고한 자료
- CDC Healthy Schools: Sleep in Middle and High School Students (연령별 권장 수면, 일정한 수면 일정)
- CDC: About Sleep (잠들기 최소 30분 전 전자기기 끄기)
- AAP HealthyChildren: Sleep, How Many Hours Does Your Child Need? (규칙적 일과, 취침 60분 전 화면 끄기)
- AAP HealthyChildren: Bedtime Routines for School-Aged Children
- AAP HealthyChildren: How to Make a Family Media Plan
- AAP HealthyChildren: Kids & Screen Time, 5 C’s Questions for School-Age Children
- 스마트쉼센터 초등학생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콘텐츠(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