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 상에는 어른들 음식이 한가득인데, 아이는 밥 한 숟갈 뜨고는 고개를 돌려 버릴 때가 있어요. 주변 어른들의 시선까지 느껴지면 부모 마음이 더 급해지기 쉬워요. 이럴 때는 아이를 달래서 한 입이라도 더 먹이는 것보다,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만드는 쪽이 오래 가요. 아래 다섯 가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와 미국소아과학회(AAP) 안내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방향을 모임 상황에 맞게 풀어 쓴 거예요.
먼저 한 가지만 짚고 갈게요. 아이마다 식사량과 입맛이 달라서 아래 내용은 모든 아이에게 같은 결과를 약속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몸무게가 늘지 않거나 특정 음식군을 아예 먹지 않는 등 걱정되는 모습이 계속되면 방법을 더 찾기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에서 상담하시는 편이 안전해요.
밥투정이 늘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AAP는 유아기에 편식이 흔하다고 설명해요. 몸이 빠르게 자라는 영아기를 지나면 성장 속도와 함께 식욕도 다소 줄어드는 시기가 오고, 이때 아이는 음식에 대한 취향을 서서히 만들어 간다는 거예요. 식품안전나라도 새로운 음식을 두려워해 거부하는 현상을 푸드 네오포비아라고 소개해요. 낯선 음식을 밀어내는 행동은 이렇게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라서, 아이가 일부러 부모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아도 돼요.
식품안전나라는 편식이 생기는 이유로 잘못된 식습관이 굳은 경우, 먹어 본 적이 없는 음식인 경우, 가족 중에 편식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어떤 음식을 먹고 구토나 설사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한 경우 등을 들어요. 명절에는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낯선 음식 요인이 그만큼 커지는 자리이기도 해요. 그래서 모임 날의 밥투정은 평소 식사 문제와 따로 떼어 보시는 게 마음이 편해요.
방법 1.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한 가지는 꼭 올려 두어요
AAP는 식사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을 최소 한 가지는 함께 내라고 안내해요. 아이가 한동안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려 해도 괜찮고, 그 시기를 지나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가족 모임에서는 어른 음식 위주로 상이 차려지기 쉬우니, 흰밥이나 김, 계란말이처럼 아이가 익숙하게 먹는 음식을 한쪽에 작게 덜어 두면 아이가 앉아 있는 시간이 한결 편해져요.

또 하나는 선택지를 두 개로 좁혀 주는 방법이에요. AAP는 건강한 음식 두 가지 중에서 아이가 고르게 하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안내해요. 예를 들어 “당근과 오이 중에 뭐 먹어 볼래?”처럼 묻는 방식이에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아이가 오히려 거절하기 쉬우니, 접시에 올릴 후보를 부모가 미리 정해 두시면 돼요.
방법 2. 양은 아주 적게, 강요는 하지 않아요
식품안전나라가 소개한 편식 줄이는 방법에는 처음에는 양을 적게 주어 맛을 경험하게 하고 점차 늘리는 것, 그리고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 것이 함께 들어 있어요. AAP도 떼쓰거나 칭얼거린다고 해서 그때마다 포기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먹도록 몰아붙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부모가 정하는 것은 무엇을 언제 내놓을지이고, 먹을지 말지와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정한다는 원칙을 알려 주고 있어요.
명절 상에서는 이 원칙이 특히 흔들리기 쉬워요. 옆에서 “한 입만 먹어 봐” 하고 권하는 어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모임 전에 가까운 가족에게 “오늘은 아이가 알아서 먹게 둘게요”라고 미리 말해 두면 현장에서 설명하는 부담이 줄어요. 아이 앞에서 “얘가 원래 안 먹어요” 하고 평가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돼요.

방법 3. 낯선 음식은 만나는 횟수부터 늘려요
식품안전나라는 오산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자료를 인용해 푸드브릿지라는 단계적 노출 방법을 소개해요. 1단계는 식재료로 놀이 활동을 하는 것, 2단계는 모양이나 색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3단계는 싫어하는 재료를 적은 비중으로 음식에 넣는 것, 4단계는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로 내는 것이에요. 자료에서는 파프리카를 예로 들어 생김새와 촉감을 느끼고, 미술 활동을 하고, 파프리카가 조금 들어간 음식을 먹어 보는 순서를 안내해요.
이 방법은 모임 당일에 하기보다 평소에 쌓아 두는 쪽에 가까워요. 명절 전 며칠 동안 모임에 올라올 음식 재료를 장난하듯 먼저 만져 보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낯선 맛은 익숙한 맛과 함께 내는 것도 방법이에요. AAP는 쓴맛이나 신맛처럼 아이들이 처음에 싫어하기 쉬운 맛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짭짤하거나 단맛 음식과 짝지어 내라고 소개하고, 쓴맛이 있는 브로콜리와 짭짤한 치즈를 예로 들어요.
방법 4. 식탁 앞에서는 배고픈 상태와 화면 없는 환경을 챙겨요
AAP는 아이가 먹지 않던 음식을 내놓을 때는 배가 고플 때를 기다리면 더 선뜻 시도할 수 있다고 안내해요. 모임 직전에 간식이나 주스로 배를 채워 두면 상 앞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을 수 있으니, 도착 전 간식은 가볍게 정리해 두시면 좋아요. 모임이 길어져서 식사 시간이 밀릴 것 같다면 아이가 허기지지 않도록 간단한 것부터 챙겨 주세요.
식품안전나라가 인용한 안내에는 식사 시간에 TV, 태블릿, 장난감을 보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도록 하라는 내용도 있어요. 명절에는 어른들 대화가 길어지고 아이 손에 화면이 쥐어지기 쉬운 때라서, 먹는 동안에는 화면을 잠시 내려 두는 규칙을 가족에게 가볍게 부탁해 보세요. 아이가 스스로 먹도록 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AAP는 가능하면 아이가 직접 먹게 하면 자기가 먹는 것을 스스로 조절한다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요.
방법 5. 장보기와 준비에 아이를 끼워 주어요
AAP는 학령 전 아이에게 장을 볼 때 새로운 건강한 음식을 직접 고르게 하고, 음식 준비도 함께 하도록 권해요. 직접 고른 음식은 먹어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소개해요.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이야기해 주고, 가능하면 허브나 채소를 직접 길러 보는 것도 관심을 끄는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식품안전나라 안내에도 편식 이유를 그림책으로 쉽게 설명해 주라는 내용이 있어요.

명절 음식 준비를 같이 한다면 불 앞이나 칼 쓰는 일은 어른이 맡고, 아이는 씻기, 접시에 담기, 색깔 고르기처럼 안전한 일을 맡기면 돼요. 그날 직접 만진 재료가 상에 올라오면 아이가 한 번 더 쳐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다만 이렇게 해도 먹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럴 때는 먹지 않은 것을 따로 지적하지 말고, 다음 식사에서 다시 조금만 내놓으면 돼요.
상 앞에서 이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밥투정이 길어지면 식품안전나라가 소개한 대로 영양 불균형이 걱정될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끼를 덜 먹었다고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니, 하루나 며칠 단위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가볍게 살펴보는 정도면 충분해요. 그날 아이가 먹은 음식을 휴대폰에 짧게 적어 두면 다음 모임 상을 차릴 때 참고가 돼요.
아이가 밥을 거의 먹지 않는 날에도 앞의 원칙은 그대로예요. 식품안전나라 안내처럼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다음 식사에서 다시 소량부터 내놓으면 돼요. 식사 자리가 아이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이후 식사에도 도움이 돼요.
모임 전에 확인할 것: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한 가지 챙기기, 낯선 음식은 아주 소량만, 강요 대신 가족에게 미리 부탁하기, 화면 없이 앉기, 평소에 식재료 만지며 친해지기. (이 상자는 본문 요약이에요.)









